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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닷컴=이영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2030년까지 160만 건 그린리모델링 계획은 세부계획이 전혀 수립되어 있지 않고, 그나마도 지자체의 보일러 교체 사업에 의존하거나 민간의 자발적 창호 교체 등도 실적에 포함시키는 등 총체적으로 부족한 양상이다. 장혜영 의원은 “목표만 있고 계획은 없는 껍데기 기후위기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장혜영 의원]
국토부는 지난 4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국가탄소중립기본계획에서 현재 누적 7만 3000건에 그치고 있는 그린리모델링 건수를 2030년까지 누적 160만건으로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리모델링 지원사업은 연간 1만 건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은 연간 500~600건, 민간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이자지원사업은 연간 1만건 내외 시행에 그친다.
국토부는 지자체 추진 사업 역시 고려되었다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역부족이다. 대표적 예시로 제시되는 그린리모델링 지자체 사업은 서울시의 ‘저탄소주택 100만호 확산사업’인데, 서울시 제출자료에 따르면 해당 사업 실적의 91.1%는 그 자체만으로는 그린리모델링으로 보기 어려운 보일러 교체사업이다. 건물 자체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그린리모델링 사업이라 할 만한 실적은 연간 1~2만건에 그치는 실정이다.
국토부는 향후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진행한 에너지 효율개선 사업도 실적에 포함시킬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장 의원은 민간이 자발적으로 한 창호 교체나 냉·난방기 교체를 정부의 그린리모델링 실적에 포함시키는 것은 어불성설로 본다. 정부의 금융지원이나 보조금·세액공제 등이 전제된 민간사업을 실적으로 잡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현 7만 3000건인 누적건수를 2030년까지 160만건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연간 19만건 이상을 추가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행사업을 엄청나게 확대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국토부는 그러한 계획을 전혀 밝힌 바가 없다. 단지 민간의 수요를 간접적으로 촉진하는 정책인 그린리모델링 인정제, ESG경영평가와 연계, 건축물에너지총량제 정도를 검토하고 있을 뿐이다. 기재부 역시 국가기본계획상 정책목표가 설정되었음에도 해당 사업에 관한 추정 예산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2024년 정부 제출 예산에서 그린리모델링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 예산은 635억원이 삭감된 1275억원 책정에 그쳤다. 민간 그린리모델링 이자 지원 사업은 대안도 없이 아예 종료됐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그린리모델링은 탄소중립과 기후적응을 위한 기후위기 대응의 필수 정책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2030년까지 연간 기존 건물 2.5%를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연합은 기존 민간건축물 리노베이션 비율을 연간 1%대에서 2%대로 늘리고 공공건물은 3%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밝힌다. 대한민국이 IEA의 입장대로 건축물의 2.5%씩을 리모델링을 한다고 하면 연간 18만동 이상을 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의 목표치는 이와 유사하지만, 세부계획은 이 목표치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매년 50만 동의 노후 주거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린리모델링 목표를 갖고 있다. 건축물에 에너지 효율등급을 매기고, 일정 수준 이하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그린리모델링을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집행한다. 독일은 매년 건축물의 2% 비율로 그린리모델링 목표를 설정하고, 4만 8천유로(약 7천만원)까지 저리대출을 지원한다.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평가해서 그린리모델링을 위한 보조금 및 저금리 대출 제공을 위해 활용한다.
장 의원은 “나라가 목표를 세웠으면 달성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며 비판했다. 장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다고 봤다. “160만 건이라는 도전적 그린리모델링 목표를 제시했으면 획기적인 정책예산 투입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부자감세로 투입할 재정도 없으니 하던 사업마저 도로 예산을 삭감하는 실정”이라며 “예결위에서 윤석열 정부의 기후예산 삭감 문제를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