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산업계에 지나치게 많은 무상할당량 배분

기사입력 2023.10.1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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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닷컴=이건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산업계는 배출권 구매비용이 판매비용을 상회하는 유일한 부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기간 산업 부문은 약 8,500억(3,800만톤)의 배출권을 판매한 반면 발전사 등 전환 부문은 약 2.09조(9,000만톤)의 배출권을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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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혜영 의원]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큰 산업계가 꾸준히 배출권 판매 이익을 기록 중인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탄소배출권 3기(2021~2025)에 해당하는 2021년 통계에서도 유사하게 발견되었다. 산업계에 대한 배출권 무상할당량이 과도한 것이 그 이유로 꼽힌다. 한편 배출권 매각수익은 3년째 약 3,000억원 부근에서 정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는 배출권 거래제 수입을 기반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기후대응기금에도 악영향을 주어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장혜영 의원은 "배출권 거래제가 사실상 산업계의 쌈짓돈으로 전락했다”며 "배출권 유상할당량을 전격 늘려 산업계에도 전환 시그널이 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출권 거래제란 정부가 업종 별 특성을 반영하여 각 기업 등에 사전 유상/무상할당량을 부여한 후 실제배출량과의 차이를 시장 참여자 간 거래하게 하는 제도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5년 배출권 거래제 1기(2015-2017)를 시작으로 현재 배출권 거래제 3기(2021-2025)를 운영하고 있다. 

 

3기 배출권 거래제는 유상할당 비율을 늘려 10%의 유상할당량을 배분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배출권 거래제는 산업계에 대한 무상할당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일례로 한국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인 포스코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무상할당량이 배출량보다 많았던 적이 있다.


최근 장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배출권 거래제가 첫 시행된 2015년부터 최근까지 산업계는 매해 배출권 판매 이익을 기록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환, 산업, 선물, 수송 등 여러 부문 가운데 한 해도 빼놓지 않고 판매비용이 구입비용을 초과한 부문은 산업 부문이 유일하다. 

 

이는 산업 부문의 무상할당량이 지나치게 많은 데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와 같은 현상은 3기 배출권이 시행된 첫해인 2021년 통계에서도 유사하게 발견되었다. 또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산업 부문은 약 8,500억(3,800만톤)의 배출권을 판매하였는데 이는 발전사 등 전환 부문이 약 2.09조(9,000만톤)을 구매한 것과 대조적이다. 관련해서 장혜영 의원실이 한전 산하 5개 발전자회사(동서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남동발전,남부발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이들은 배출권 약 5,860억 규모의 배출권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23년 정부가 발표한 배출권 매각수익은 전년도 예산에 비해 약 45.1% 축소되었다. 2022년 약 7300억 규모의 기후대응기금 배출권 매각수익 예산을 작성한 정부는 2023년에는 이를 대폭 줄여 약 4,000억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는 데에 그쳤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배출권 거래 시장 현황을 반영하여 유상할당 낙찰률(100→70%)과 낙찰가(2.8→2.7만원)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불안정한 배출권 매각수익 현황은 해당 수익이 기후대응기금 조성의 주요 재원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기금 조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관련하여 배출권 매각수익은 최근 3년 간 약 3,000억원 부군에서 정체 중인 것으로 보여 매각수익 증대를 위한 유상할당량 확대 등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턱없이 낮은 배출권 거래제 가격은 해외사례와의 비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세계은행의 ‘탄소 가격의 현황과 동향 202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배출권 가격은 상위 국가들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한편 한국의 낮은 배출권 거래제 가격에 대해서 한국은행은 여러차례 관련 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바 있다. 관련하여 한국은행 부산지역본부는 <탄소배출권 거래와 기후변화정책 불확실성이 지역경제 생산활동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22.12)를 통해 과도한 배출권 무상배분정책으로 인해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도가 본래의 기능을 못하고 있음에 따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으며, 한국은행 울산지역본부 또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울산지역 산업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22.9)를 통해 단기적으로 산업계 부담이 있더라도 탄소배출권 실효성 높여 중장기적 경쟁력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 한국은행의 <기후변화 대응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슈분석 보고서(23.9)의 내용에 따르면,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고탄소배출 산업이 다수 입지한 비수도권이 수도권에 비해 연평균 경제성장률에 있어 더 큰 하락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장 의원은 지난해 포스코가 힌남노 태풍의 영향으로 가동을 일시 중지함에 따라 약 700만톤 가량의 잉여분을 확보한 일을 언급하며 "이는 현행 대한민국 탄소배출권의 문제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 사건을 통해 우리는 산업계에 지나치게 많은 무상할당량이 배분되어 있다는 점과 기후위기 심화에 따른 기후리스크가 이미 현실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장 의원은 "배출권 유상할당량을 전격 늘려 산업계에도 전환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건주 기자 infoj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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